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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기록

02-5.광막한 사르가소바다(2022.11.26)

by 책이랑 2022. 11. 27.

11월 26일 토요일  대안연구공동체에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로 토론을 했습니다. 이 작품의 저자인 진 리스는 청소년 시절 <제인 에어>를 읽었는데, " 크레올 여성이 광인으로 그려진 것에 큰 충격을 받았었고 나중에 다시 읽게 되었을 때 도짜증이 났다, 너무 영국적인 시각에서 그려졌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제인에어> 가 역경을 극복하는 여성의 강한 의지에 대해 그리면서 많은 여성들에게 각광을 받았지만 로체스터의 전처인 '버사'의 입장은 감춰지고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토론에서  '서발턴' 의개념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용어는 맨처음에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그람시가 지배 계급의 헤게모니에 종속하는 주변부의 하층 계급을 지칭하는데 쓰여짔다가,  유명한 여성학자인 스피박으로 인해 주목받은 개념이라고 합니다. 스피박은 식민지텍스트를 비판하는 탈신민주의 텍스트에서도 제 3세계 여성이라는 서발턴들의 목소리는 제외됨을 지적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처럼 '다시 쓰기'를 한 작품도 있고, 아예 여성과 남성의 역할 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미러링을 써서  쓴 작품도 있다고 합니다.

 

토론을 하면서 살펴보니 과연 이 작품에도 감춰지는 목소리들이 있음을 알수 있었습니다. 진 리스가 이 작품을 쓰기로 생각한게 1939년인데 출판계약을 맺은게 1950년대이었고,  저자가 빈곤, 우울증, 알콜중독을 겪는 우여곡절을 겪었기에 1966년에야 비로소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쉽게 쓰여진 것으로 보여졌지만 여러 상징들로 제인에어의 헛점을 조목조목 짚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고, 이 작품이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며 읽기에서 어디까지나 비판적 시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번은 2세션의 마지막토론으로 <블레이더 러너 파이널 컷>으로 토론하고요, 토론이 끝난후  소박하게 쫑파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금방 뵙겠습니다.

 

 

토론도서: <광막한 사라가소 바다 Wide Sargasso Sea (1966년)>
 일시 :11.27 (토) 오전10:00 ~ 오후 1:00
 장소 : 대안연 강의실(온+오프 병행)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1830년대 자메이카. 주인공은 압제적인 식민주의 사회에서 태어난 크리올 태생의 앙투아네트 코즈웨이. 그녀는 자신의 순수한 관능과 아름다움에 매혹된 젊은 영국인과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 직후 앙투아네트를 모함하는 불온한 소문이 돌고 남편은 앙투아네트에게 의심과 불안, 때로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는 앙투아네트와 그녀의 재산 모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그녀를 강박적으로 몰아가는데... 사랑했던 남편의 배신과 질투로 인해 불확실한 정체성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 앙투아네트는 점점 광기로 치닫는다

 

 

목차

     

    [1] 책읽은 소감

    1) 제인에어 vs.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이 소설은 샬롯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1847)>의 이전 상황을 탈식민지적관점,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의 써내려갔다. 로체스터의  결혼의 배경을 크리올 상속녀인 아내 앙투아네트 코스웨이의 관점에서 묘사한다. 앙투아네트 코스웨이는 브론테의 작품에서 악마적인 "다락방의 미친 여자"였던 인물을 리스의 버전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녀가 자메이카에서 성장하고 젊었을 시절,  그녀의 이름을 버사로 바꾼 영국 신사 로체스터와의 불행한 결혼, 그녀를 미쳤다고 선언하고, 영국으로 데려가고, 그의 저택에서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킨다. 앙투아네트는 자신이 완전히 유럽에도 자메이카에도 속하지 않는 가부장적 사회에 사로잡혀 있다.  남녀 관계의 권력, 인종, 카리브해의 역사, 동화의 주제를 을 탐구했다.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1847년)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Wide Sargasso Sea (1966년)>


     
    남자 주인공 로체스터에 의해 성적으로 타락하고 폭력적인 광녀로 정의되어 쏜필드 저택에 감금되어 살다가 그곳을 불태우고 자살한 것으로 서술됨.

    광녀 버사의 왜곡된 이미지에 주목
    앙투아네트 코즈웨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한 후 그녀가 어떻게 그런 상태에 이르렀는지를 밝히는 작품을 씀
      진리스 (1890-1979)
    크리올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주로 
    영국에서 활동 

     

    2)  가야트리 스피박 (서발턴)

    (가야트리 차크라보티 스피박)

     

    ① 식민지적 텍스트의 해체와 말 못하는 타자 인식하기

    스피박은 영국 지배당시의 인도 태생의 여성으로 자신의 신분을 포스트식민지인, 인도의 카스트 계급의 일원, 독립국 인도의 시민, 페미니스트, 구식 맑시스트등으로 밝힌다. 그녀는 자신의 말대로 '이산(離散 diasporic)' 식민지인이라는 복합적인 주체이다. 또한 그녀가 데리다의『그라마톨로지』(1967)의 뛰어난 영역자이자 그 책의 중요한 번역자 서문의 저자라는 사실은 그녀가 해체론에도 충실한 비평가임을 알려준다. 스피박이 데리다에게서 빌려오는 것은 탈중심주의이다. 주체는 이미 해체되어 있지만, 늘 중심화를 피할 수 없다. 주체를 구성하는 작업은 무의식의 일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외면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주체는 어떻게 중심화되고, 그때 주체는 무엇을 억압하고 그렇게 되는가를 보여 주는 게 스피박의 작업이다. 물론 이때의 주체란 식민지적 주체이다. 그녀의 말을 빌면, "당신이 그토록 주의 깊게 그리고 명백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에 당신이 어떻게 피할 수 없이 연루되어 있는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스피박은 특히 제 1/3세계의 문학 텍스트 속에 제국주의적 기획이 얼마나 스며들어가 있는가를 철저한 읽기를 통해 해체, 재구성해 보인다.

    「세 여성의 텍스트와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는 다소 난해한 글에서 그녀는 페미니즘의 정전처럼 인식되어온 샬롯 브론테의『제인 에어』를 제국주의를 합리화시키는 텍스트로 다시 읽고, 계몽주의의 어두운 이면을 폭로하는 공포소설인 메리 셀리의『프랑켄슈타인』을 남근에 억압되어 온 여성의 모성을 되살려내는 텍스트로 새롭게 독해한다. 또한 스피박은 브론테의『제인 에어』에 나오는 불우한 여자인 버싸 메이슨을 앙트와네트라는 주인공으로 새롭게 등장시킨 진 리스의『드넓은 사르가소의 바다』가 아무리 새로운 페미니즘적인 텍스트로 보여도 결국엔 버싸를 대변한다(represent)는 입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밝힌다

    포스트-콜로니얼리즘(post-colonialism) : 연구를 위한 노트(2)
    출처:https://m.cafe.daum.net/9876/2tur/54

     

    ② 스피박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 대한  비판

    결국, 스피박이 <제인 에어>를 다시 읽으며 바로 잡고 싶었던 것은 작품의 결말을 그저 여성 주인공의 성취로 읽어내는 부르주아 페미니스트 들의 읽기 방식이다. 불쌍한 고아 출신 제인이 로체스터 부인의 자리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제인의 개인주의적 성취로만 여겨지는 것에  려진 버사의 폐제는 말 그대로 “커튼 뒤에”29) 숨겨진 이야기이다. 버사의 목소리를 들려주겠다는 목적으로 쓰인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와 같은 작품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스피박은 이 작품이 “버사의 인간성을 지켜 준다”30)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한계를 지적한다. 스피박이 주목하는 장면은 앙뜨와네뜨(Antoinette)가 나르시스적으로 토착 여성 티아(Tia)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마주보기—혹은 거울보기—장면인데, 이 장면에서 스피박은 “나르시스의 광기가 자신을 타자로 인식할 때이다”라며 광기를 인식의 문제로 연결시킨다. 앙뜨와네뜨가 티아와 자신을 나르시스적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타자를 자아처럼 읽어낼 때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광기)가 생긴다. 이 장면은 유럽의 자아 형성하기와 타자의 형성—식민 주체로서의 타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벌라가 지적하듯이, 스피박의 서발턴 논의는 단순히 서발턴의 발화 문제가 아니라 식민 주체를 타자로 형성할 때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며 바로 이 부 분에서 토착정보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주체 형성 과정에서 버사는 토착정보원의 자리에 놓여 주체를 상실하고 타자가 되는데, 타자가 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광기로 인해 주체를 빼앗긴 <제인에어>의 버사나, 자아를 타자화 시킨 진 리스(Jean Rhys)의 앙뜨와네뜨의 광기나, 결론은 지배자의 제국주의 공리를 가능케 하는 주체의 상실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버사가 왜 광기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며 버사에게 목소리를 주려 했던 리스의 이야기는 스피박이 보기에 <제인 에어>의 재각인일 뿐이다.

    출처:가야트리 스피박의 서발턴 개념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다시 읽기  1)최 상 이*
    인문논총 제73권 제4호 (2016.11.30)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170587

     

    3) <읽기  Readings(2012년의 강연내용 수록)>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리시올2022.04

     

    『읽기』는 스피박이 2012년 5월에 인도의 푸네 대학에서 진행한 나흘간의 강연을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스피박은 읽기란 사회 정의를 향한 의지를 육성하는 행동이라는 자신의 오랜 지론을 다시 한번 역설한다. 그리고 그 정신에 입각해 프란츠 파농과 J. M. 쿳시, 엘리자베스 개스켈 등의 작품을, 그리고 자신의 과거 텍스트들을 읽는다.

    [...] . 그 근저에는 인문학이 점점 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더라도, 혹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상력 훈련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이러한 교육 실천이 더디고 당장은 효과도 미미해 보이겠지만 궁극에는 더 많은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내내 제가 강조했던 것은, 문학적 읽기를 위한 상상력 훈련이 유연한 에피스테몰로지를 생산한다는 점, 바로 이 에피스테몰로지가, 아마도, 우리 세계를 구할 수 있으리라는 점입니다”(44).

     

    읽기 - 10점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지음, 안준범 옮김/리시올

     

    4)  우리는 서발턴의 말을 들을 수 있는가?

    소연발행 2020년 11월 10일편집 2021년 3월 17일


    20세기 말, 스피박은 ‘서발턴이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물음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서발턴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가’를 자문해볼 때다. 21세기 “구글 베이비(Google Baby)” 문제는 스피박의 서발턴 담론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서발턴의 말하기는 지금도 왜곡되고 있으며, 그들은 또 다시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
    https://ecosophialab.com/우리는-서발턴의-말을-들을-수-있는가-스피박의-글-「/

    국가가 대리모 산업을 규제하고자 했을 때, 대리 출산을 하는 여성들이 반발했다는 사실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도 괜찮을까. 과연 그들이 대리모 산업을 원한다고 이해해도 될까? 우리는 이제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와 더불어 또 한 가지를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우리는 서발턴의 말을 들을 수 있는가?”

    대리모 기업들은 임신이나 출산 중 대리모가 죽었을 때 그 책임이 의뢰인이나 기업에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국가는 대리모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산업 규모를 키워둔 뒤 갑자기 그 태도를 바꾸어 대리모 산업 규제 정책을 펼쳤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생산 수단이 한정적인 가난한 제3세계 여성들에게 대리모는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대리 출산을 해 막대한 금액을 한 번에 벌게 된다.

    대리모들의 선택을 단순히 자발적 선택이라 보거나 또는 그들이 자본에 의한 혹은 국가나 가부장제에 의한 희생자로만 볼 수도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서발턴들의 목소리를 어떤 이해관계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그들을 재현하려 하기보다는, 그들이 처한 복잡한 상황과 그들에게 가해진 중첩적 억압의 구조를 보는 것이다.

     

    5) 미러링 -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 체계가 완전히 뒤바뀐 가상의 세계를 상정

    ex) 이갈리아의 딸들

    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황금가지, 2005)

     상상력과 재치가 넘치는 페미니즘과 유토피아 소설.
    미러링(Mirroring)’ 방식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 체계가 완전히 뒤바뀐 가상의 세계 이갈리아의 모습을 그린 작품. 작가이자 여성운동을 펼치고 있는 노르웨이 출신 작가 브란튼베르그의 책으로 영어로 번역되었을 당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유럽에서는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했던 소설이다. 한국에서도 도서명을 딴 '웹사이트 메갈리아' 로 사회적 논쟁이 일기도 했다. (알라딘 책 소개 중에서)

     

    ■ 이갈리아 사회, 현실 사회 전체에 대한 미러링으로 구성되다.

         이 책 속의 모든 것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조차 미러링으로 비틀며 독자들을 일깨워준다. 우선 이 사회 속 여성들은 움(wom)이라고 지칭되며 남성들은 맨움(manwom)이라고 지칭된다. 현실 속 남성은 man인 반면 여성은 그 파생어인 woman이라는 점부터 비틀기를 시작한 것이다. 또한 가슴이 쳐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두를 가리기 위해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현실 속 여성들과 달리 이갈리아 속 여성들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편한 옷을 입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가슴을 드러내며 거리를 걸어다닌다. 반면 남성들, 즉 맨움들은 그들의 페니스를 받치기 위해 페호라는 옷을 받쳐 입어야 하며,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와 불편한 치마를 입고 다녀야 한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종교적 요소들조차 완벽하게 미러링이 되어 있는 바, 이갈리아인들은 하느님 어머니의 딸이라고 믿는 움(도나 제시카)의 가르침을 그들의 종교적 기초로 삼는다. 이렇게, 현실의 권력 구조와 완전히 반대로 되어 있는 이갈리아 사회에서 움들은 사회적 권력과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맨움들은 움들의 하우스바운드(현실 속 '와이프' 개념)로서의 삶을 살거나 그 생물학적 특징으로 인해 매우 고된 노동을 맡을 뿐이다. 

    [...]

         이갈리아의 움과 맨움들 또한 생물학적 특징 자체는 현실과 같다. 그러나 그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화와 사회적 태도가 완전히 반대이다. 이갈리아 속 움들은 맨움들이 자신들보다 거대해지는 것을 경계하여 작고 뚱뚱한 맨움들을 사회적 미(美)로 여기며, 키가 크고 근육을 가진 맨움들은 열등한 존재로 여겨 고된 일을 시키고 사회적으로 대우해 주지 않는다. 또한 움들에게 월경은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며, 출산 또한 탄생 궁전에서 화려한 의식을 치를 만큼 위대한 일로 여겨진다. 즉, 생명을 낳을 수 있는 것은 움들 뿐이며, 그녀들의 권력은 그녀들이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반면 맨움들은 정자를 제공해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열등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진짜 아버지가 존재하더라도 아이의 어머니인 움이 다른 맨움을 하우스바운드로 선택할 경우, 진짜 아버지인 맨움은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선한 점은 성관계를 맺을 때 움과 맨움들의 태도이다. 가장 사적인 관계를 맺을 때조차 움과 맨움 사이의 권력은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맨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삽입 섹스를 할 수 없다. 움들은 외음부의 자극을 통한 섹스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임신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만 삽입섹스가 가능하며, 이 경우에도 맨움이 눕고, 움이 주도권을 쥐는 자세로 성관계를 맺는다. 맨움해방주의자인 페트로니우스의 어머니 루스 브램이 '움이 맨움 아래에 누운 상태에서 성관계를 갖을 수도 있다.'라고 하는 아들의 말에 기겁을 하며 그것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성관계의 횟수조차 남성을 기준으로 하는 현실사회가 얼마나 기이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생물학적 특징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조차 결국 사회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권력자들이 그 사회의 문화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을 보면서 현실 속 여성들은 새로운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에 대해 축복을 받긴 커녕, 숨고, 협박 당하고, 심지어는 낙태가 불법으로 여겨져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암울한 현실에 대해 비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출처: https://book.skku.edu/%EC%9D%B4%EA%B0%88%EB%A6%AC%EC%95%84%EC%9D%98-%EB%94%B8%EB%93%A4-8/

     

    [2]  인물들

    여성인물 남성인물
    앙투아네트의 어머니 아네트
    유모 크리스토핀


    앙투아네트 코즈웨이
    티아




    앙투아네트 아버지
    로체스터의 아버지

    피에르

    메이슨 씨

    리처드 메이슨
    샌디


    로체스터
    대니얼


    뱁티스트

     

    [3] 노예해방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가난하고 불행했던 앙투아네트의 어린 시절.

    때때로 해변가에 사는 여인들이 우리 집의 빨래며 청소를 해주었다. 그들은 크리스토핀을 두려워했다. 내가 곧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들이 수고비 한 푼 안 받고 우리 집에 와서 일하는 것은 크리스토핀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 어머니에게 크리스토핀에 대해서 물었다.

    크리스토핀이 몇 살이나 됐어요? 나이가 아주 많아요? 옛날부터 줄곧 우리와 함께 살았어요?”

    네 아버지가 주신 결혼 선물 가운데 하나였단다. 아버지는 내가 마르티니크 여자를 선물로 받으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 사람들이 크리스토핀을 자메이카로 데려왔을 때가 몇 살이었더라, 아주 젊었었지. 지금도 그 사람 나이가 몇인지 모르겠구나. 나이가 무슨 문제겠니? 왜 너는 옛날 일들을 가지고 나를 성가시게 하니? 크리스토핀이 떠나지 않고 나와 함께 사는 것은 그 사람이 원해서야. 나름대로의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만약 크리스토핀이 우리에게 등을 돌렸더라면 우린 죽었을 거다. 죽었다면 더 팔자가 좋았겠지만. 죽어버려 남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평화롭게 된다면 훨씬 행복했을 텐데. 버림받은 줄도 몰랐을 것이고, 온갖 거짓말의 주인공이 되지도 않았을 테고, 이렇게 무력하게 살지도 않았을 것 아니니?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렴. 누구 하나 그들에 대해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있던?”(p.45)

     

    나는 낯선 흑인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들은 우리를 미워했고 흰 바퀴벌레라고 불렀다. 잠자는 개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던가. 어느 날 꼬마 검둥이 계집애가 나를 쫓아오며, “가 버려라, 이 흰 바퀴벌레야. 사라져라, 사라져라. 네가 좋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까. 사라져버려.”라고 노래 부르듯 종알거렸다.

    안전하게 집에 도착하자 나는 정원이 끝나는 쪽에 있는 낡은 담장에 바짝 붙어 앉아 있었다. [...] 내가 움직이면 모든 것이 지금보다도 더 나쁜 상황으로 바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p.47)

     

    “내가 듣기로는 [...] 너희 집은 거지처럼 가난하다던데. 너희는 신선한 생선을 살 돈이 없어 소금에 절인 생선을 먹지? 비가 오면 낡은 집은 비가 새서 비를 받느라 양동이를 들고 여기저기로 뛴다며? 자메이카에는 이제 백인들이 아주 많이 살아. 나는 그 사람들이 진짜 백인이라고 생각해. 금화를 가졌으니까. 진짜 백인들은 너희를 쳐다보지도 않는다더라. 그들이 너희 곁에 가는 것을 본 사람도 없다던데?

    전부터 살던 흰둥이는 이제 흰 검둥이야. 그러니 검은 검둥이가 흰 검둥이보다 훨씬 낫다니까.”

    나는 찢어진 타월로 몸을 감싸고 티아에게 등을 돌린 채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몸이 벌벌 떨릴 정도로 추웠다. 햇볕도 나를 녹여 주지는 못했다. 나는 집에 가고 싶었다. 티아는 벌써 가버렸는지 눈에 띄지 않았다. 한참이나 옷을 찾아 헤맨 후에야 나는 티아가 내 옷을 입고 갔다는 것을 알았다. (p.49)

     

    메이슨 씨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영국인임을 조금도 의심할 수 없는 얼굴. 다시 눈을 돌리자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영국인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얼굴. 그러나 결코 흰 검둥이는 아니고, 흰 검둥이가 될 수도 없는 어머니의 얼굴이다. 만일 어머니가 메이슨 씨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머니는 돌아가셨을 것이다. (p.84)

     

    [4.] 메이슨 씨와 결혼한 후 시작된 아네트의 불안.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경시하는 메이슨 씨. 흑인들의 방화사건으로 인한 피에르의 죽음. 미쳐버린 아네트.

     

    당신은 이 사람들에게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알려고도 하지 않고, 게다가 그와 정반대의 기질 또한 있다는 것도 믿지 않는군요.”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하도 게을러서 위험한 인간이 되기는 틀렸다는 건 내가 알지.” 메이슨 씨가 받았다.

     

    게으르건 아니건, 당신보다 훨씬 원기 왕성한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당신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들 때문에 위험하고도 잔인할 수 있는 인간들이고요.”

     

    그래,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소.” 메이슨 씨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니까.”

     

    그러나 어머니는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끈질기게 주장하셨다. 때로는 화까지 내셨다.“(p.59-60)

     

    사람들이 마님을 미치게 만들었어요. 아들을 잃자 마님은 잠깐 동안 실성했었지요. 그런데 그 고통받는 사람을 가두어 버렸어요. 사람들이 마님 보고 미쳤다 미쳤다 했지요. 사람들은 마치 마님이 미친 사람인 듯 행동했어요. 온갖 질문에 질문을 퍼부어대 정신을 못 차리게 했지요. 다정한 말 한마디 해주는 사람이 없고, 친구도 없고, 메이슨 씨는 마님을 버렸지요. 마님을 혼자 두고 떠나버렸어요. 제가 마님을 보고 싶다고 해도 허락하지 않았어요. [...] 심지어 앙투아네트가 제 어머니를 만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어요. 결국 마님이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단지 인생을 포기한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관심을 버렸으니까요. 흑인 감호자가 원할 때마다 마님을 겁탈했고, 그자의 아내가 여기저기 입을 놀렸어요. 그 감호자뿐 아니라 다른 흑인들도 마님을 마음대로 겁탈했으니. 아아! 하느님이 어디 계신다는 말입니까?”

     

    [...] “서방님이 아가씨를 인형이라고 했다면서요? 아가씨가 서방님을 만족시키지 못하나요? [...] 만일 서방님이 아가씨를 버리시면 이곳 사람들이 아가씨를 갈기갈기 찢어 파멸시키겠지요. 그 애 어머니에게 했듯이.”(p.221-222)

     

    [5] 앙투아네트와 로체스터의 결혼, 편지, 갈등

     

    나는 그녀의 모습을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 내가 보기에 그녀는 눈도 깜빡이지 않는 것 같다. 길게 찢어진, 검은 동자의 눈. 서글픈 이방인의 눈. 그녀가 아무리 영국 순수 혈통의 크리올이라지만, 크리올을 영국 사람이나 유럽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 (p.101)

     

    모든 것이 너무 지나치다. 나는 지친 상태로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생각했다. 세상이 온통 푸르고 온통 보라색이며 온통 초록색 천지이다. 꽃들은 너무 빨갛고 산들은 너무 높으며 언덕은 너무나 가까이 있다. 그리고 여인은 이방인이다. 그녀의 변명하는 말투도 귀찮다. 나는 그녀를 사지 않았다. 그녀가 나를 산 거다. 혹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말을 거친 갈기를 내려다보았다. ……

    아버님 보십시오. 삼만 파운드의 돈은 질문도 조건도 없이 제게 지불되었습니다. 그녀를 위한 어떤 보호 조건도 만들지 않은 채. 이제 저는 꽤 괜찮은 재산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아버님이나 아버님이 사랑하시는 형님께 수치스러운 인물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아들의 교활하고 치사한 전술은 이제 없을 것입니다. 제가 자신의 영혼을 팔았군요. 아니 아버님이 파셨다고 해야겠지요. 어쨌든, 아주 나쁜 거래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여자는 예쁜 편이니까요.(p.105-106)

     

     

    [...] “자신을 대니얼 코즈웨이라고 부르는 자에게서 편지를 받았소.”

    그자는 그 이름을 가질 권리가 없어요.”

     

    그녀가 재빨리 말했다.

     

    그의 진짜 이름은, 이름이 있기는 하다면, 대니얼 보이드예요. 그 사람은 백인을 모조리 미워하지요. 특히 저를 그렇게 미워해요. 우리에 대해 얼마나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줄 아세요? 당신이 다른 쪽의 얘기를 듣기보다는 그자의 말을 믿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거지요.”

     

    다른 이야기가 있나?”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예요. 항상.”

     

    [...] “당신이 그 사람을 만났다고요?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뻔하군요. 어머니가 광녀인 데다 품행이 나쁘다고 했을 테고, 내 죽은 남동생이 날 때부터 백치라고 했겠지요. 거기다가, 저도 제정신이 아닌 여자라고 말했을 거고. 그게 바로 그자가 당신에게 한 말이지요?

     

    맞아. 그자가 한 말 중에 사실이 있소?”

     

    [...] “여기서 나는 완전히 이방이라고 느껴지는군. 내 느낌에는 이곳이 당신 편이고 내게는 적인 것 같아.”

     

    당신은 잘못 생각하고 계시는 거예요. 이곳은 내 편도 당신 편도 아니에요. 우리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그저 장소이고, 자연이에요. 그래서 당신이 이곳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로군요. 이곳이 당신편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자연이 누구 편도 아니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내가 여기를 사랑하는 이유는 내가 아무것도 사랑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자연은 당신이 흔히 불러대는 하느님처럼 인간에게 무관심해요.”(p.182-185)

     

    [6] 하녀와 동침한 로체스터, 앙투아네트에 대한 소유욕.

     

    버사.”

     

    내가 불렀다.

     

    버사는 내 이름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나를 부르는 것은 나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만들려는 거지요? 그것도 오베아예요.”

     

    눈물이 그녀의 얼굴을 타고 내렸다. (p.208)

     

     

    연민. 나를 위한 연민은 없는 것인가? 광녀에게 일생 동안 묶여서 살아야 하는 나. 술주정뱅이에다 거짓말쟁이인 광녀. 제 어미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광녀.

     

    아가씨가 서방님을 얼마 나 사랑한다고요, 얼마 나. 서방님의 사랑에 목 말 라해요. 조금만 사랑해 주세요, 아가씨가 말 했듯이. 서방님이 사랑해 줄 수 있는 만 큼, 아주 조금만 .’

     

    끝까지 나를 조롱하는군, 크리스토핀. 악마 같으니. 내가 모르는 줄 알아? 그녀가 목말라 하는 것은 아무 남자의 사랑이야. 내 사랑이 아니라고.

     

    그녀는 머리채를 풀어헤치고 웃음을 날리며 남자에게 치근덕거리고 온갖 비위를 다 맞추겠지.(미친 여자, 사랑하는 상대가 누구인들 관심이 있을까?) 그녀는 신음하고 흐느끼며 제 몸을 주겠지. 제정신을 가진 여자라면 절대 안 할 짓을. 절대 못 할 짓을. 그렇다면 이 구름 낀 날처럼 몸을 맞추고 움직이지 말고 누워 있어라. 언제가 몸을 줄 시간은 알면서 몸을 삼가야 할 시간은 결코 배우지 못한 광녀.

     

    너무도 그 놀음에 깊숙이 빠져 아무 때나 아무 상대와 즐겼기 때문에, 저질의 인간들도 그녀를 무시하고 조롱하게 되었지. 그리고 내가, 이 내가 그걸 알게 되었으니, 바로 내가. 나는 복수의 방법을 두어 가지 알고 있다.

     

    아가씨는 서방님을 정말 로 사랑해요. 한 번만 더 아가씨를 사랑해 주세요.’

     

    그녀는 아무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게 될 거야. ? 나는 그녀를 건드리고 싶지도 않아.

    [...] 그녀는 태양 아래서 다시는 웃지 못하게 될 거다.

     

    [...] 그녀는 미쳤지만 내 것이야, 내 것이야. 신들도, 악마들도, 운명도 다 관심 없다. 그녀가 웃건 울건 혹 두 가지를 다 하건, 그건 단지 나만을 위한 것이어야 해. (p.231-233)

     

    [7] 앙투아네트의 세 번째 꿈과 쏜필드 방화, 그리고 자살의 의미

     

    내가 세 번째 꿈을 꾼 것은 바로 그때다. [...] 세 번째 꿈에서 나는 그레이스가 코를 골 때까지 기다리다 침대에서 일어나 열쇠를 훔쳐 방을 나왔다. [...] 오른쪽에 문이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붉은 카펫과 붉은 커튼이 달린 아주 큰 방이다. [...] 내겐 이 방이 제단이 없는 교회

    처럼 춥고, 슬퍼 보이며, 휑하게 느껴졌다. 방을 자세히 보기 위해 나는 모든 초에 불을 밝혔다. [...]

    너무도 많은 초가 있었고 온통 빨간색 천지라서 꼭 교회처럼 보였[...]. 나는 금시계가 재깍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금은 그들이 숭배하는 우상이다.

     

    [...[ 대부분의 초는 꺼졌지만, 촛불 하나가 두꺼운 붉은 커튼 뒤에 있던 얇은 흰색 커튼으로 옮아 붙었다. 아름다운 화염이 솟아오르고 삽시간에 불이 퍼져 나가자 나는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나 곧 그 방을 나왔다. 바로 그때, 내가 그 여인을 본 것이다. 그 유령 여인들. 물결치는 듯한 머리가 치렁거리

    는 그 여인을. 유령 여인은 금칠한 프레임 속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여인이 누구인지 안다.

    나는 놀라 초를 떨어뜨렸고 불은 식탁보에 옮겨 붙었다. [...]

     

    내가 지붕 위로 올라갔을 때,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사람들의 고함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거기 앉아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몸을 돌려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붉은색이었고 내 모든 인생이 그 안에 있었다. [...] 나는 앵무새가 모르는 사람을 보면 항상 그랬듯이 거기 누구세요? 거기 누구세요? 라고 묻는 소리를 들었다. 나를 증오하는 사나이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버사! 버사! 바람이 내 머리에 닿으니 머리칼은 마치 날개처럼 물결치며 펄럭였다. 내가 만일 저 아래 단단한 돌바닥으로 뛰어내리면 내 머리칼이 날개가 되어 나를 둥둥 뜨게 하겠지. 나는 생각했다.

    [...] 하늘은 너무 붉었다.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고 나는 생각했다. ‘왜 내가 소리 지르지?“ 나는 티아! 라고 소리치며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그레이스 풀은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녀도 그 비명을 들었던 모양이다. [...] “내가 꿈을 꾼 모양이야.” 그녀가 말했다. [...] 그녀가 코를 고는 소리를 들은 후,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열쇠를 집어

    들고 잠긴 문을 열었다. 그리고 촛불을 들고 복도로 나왔다. 이제 드디어 나는 내가 왜 여기에 끌려왔는지를 알게 되었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도 알았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왔는지 촛불이 깜빡거렸고, 나는 촛불이 꺼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손으로 바람을 막아주자 촛불은 다시 살아나 타오르기시작했다. 내가 가는 이 캄캄한 길을 밝혀 주기 위하여.(p. 257-261)

     

    [8]< 내 어머니의 자서전>


    꾸준히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진 리스의 문학적 성취에 비견되며, 오늘날 카리브 지역의 탈식민주의 담론과 디아스포라 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한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가장 중요한 대표작이자 애니스필드울프상 수상작이다. 식민 지배가 지워 버린 카리브인의 뿌리, 식민주의와 가부장제의 공모, 독립만으로 청산할 수 없는 탈식민주의와 탈제국주의 시대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내 어머니의 자서전 - 10점
    저메이카 킨케이드 지음, 김희진 옮김/민음사

     

    수엘라는 어머니를 잃은 뒤, 스코틀랜드인의 ‘붉은 머리카락’과 잉글랜드의 위대한 왕 ‘앨프레드’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또 개인의 영달을 위해 백인의 수족이 되어 동족을 무자비하게 억압하는 아버지 손에 예고 없이 버려진다. 그렇게 세탁물과 함께 세탁소에 떠맡겨진 수엘라는 가난과 무지에 신음하는 세탁부 여성에게 학대당하고, 이후 인맥을 위해 재혼한 아버지의 새 아내에게 생명까지 위협받으며 가까스로 성장한다.

    그러나 주인공의 시련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으니, 이제 사춘기를 지나 여성이 된 수엘라는 마치 아버지의 한낱 재산처럼 동업자 남성에게 내동댕이쳐지고 머지않아 끔찍한 임신 중단을 겪어 내며 식민 지배와 가부장제의 참혹한 연대,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공범자 관계를 유색인이자 여성으로서 실감한다.

    마침내 수엘라는 눈앞에 펼쳐진 아버지의 혐오스러운 일생(식민주의에 동조하고 더욱 가혹하게 실현한 인물)과 꿈속에서 단지 발목밖에 드러내지 않는 어머니의 은밀한 생(식민주의에 의해 완벽히 뿌리 뽑힌 존재)을 기록하고 복원하기로 결심하고, “내 인생에 대한 이 이야기는 내 인생의 이야기인 만큼 내 어머니 인생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내가 가지지 않은 아이들 인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공표한다.

     

    https://m.khan.co.kr/culture/book/article/202211251118001#c2b

     

    [책과 삶]수엘라, 또다른 이름 ‘피지배자’···킨케이드 ‘내 어머니의 자서전’

    내 어머니의 자서전 저메이카 킨케이드 지음·김희진 옮김 | 민음사 | 248쪽 | 1만5000원 공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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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인포그래픽

    모임운영: 이승은

      
    •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 박사 (독일여성문학 전공)   
    •  (前) 서강대학교 독문과 강사.   
    •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문학 담당 교수.   
    •  (前) 김포대학교 국제교류처 한국어과정 강사.  
    •  한겨레문화센터 <Herstory: 여성문학 북클럽> 강사.   
    •  <페미니즘 함께 읽기> <Herstory 여성문학 북클럽> 모임 운영.(숭례문학당)   
    •  (前) 청소년 대상 <책을 통해 자라는 아이들> 독서토론 강사.   
    • 우장산숲속도서관 <페미니즘 함께 읽기> 강사.   
    • 우장산숲속도서관<재난과 불안의 시대, 인문학으로 치유하다> 토론 강사  
    • <여성문학 읽기> 토론 모임 운영 
    • 대안연구공동체
      <함께, 고전 문학 깊이 읽기-일리아드, 오딧세이 > 진행중 https://cafe.naver.com/paideia21/14611
      <문학에세이 쓰기> 진행중 https://cafe.naver.com/paideia21/14865
      <모두를 위한 북클럽> 진행중 https://cafe.naver.com/paideia21/14982

    • 출간 작품   
      『아버지의 덫』, 『공모자들』,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등 다수의 번역서 출간.   
      『글쓰기로 나를 찾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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