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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기록

01-4.인간에 대하여

by 책이랑 2022. 7. 9.

7월 9일, 토요일, 독일작가 율리 체의 작품인 <인간에 대하여>로 토론했습니다. 여느때와 다름 없이 온라인으로도 오프라인으로도 참석했는데요, 강의실에 새로 생긴 웹캠의 화질이 깨끗해서 집중이 더 잘 되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소감을 나누고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논제와 그에 딸린 긴 발췌문을 나누어 읽어가며 토론을 했습니다.


소감을 말할때 책의 앞부분이 잘 안읽혀서 고전했다고도 하셨고, 기대를 품고 읽었지만 설정이 뻔하기 느껴졌고,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바도 너무 뻔히 드러나 보여서 아쉽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사람과 사물에 대해 길게 서술하는 만연체라서 힘들었고, 주인공인 도라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비현실적'이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이와 반대되는 느낌이었는데요, 긴 표현들이 장황하기 보다는 대단히 위트있고 유머러스 하다고 느꼈고 독일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앞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도라의 변화가 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고요.

 

또 한편,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는 도라가 갑자기 시골살이를 시작하고,  거기에서 겪은 경험으로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 비현실적이 아닐 수 있다고 하신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살다가 전환이 되는 어떤 선택을 하고 나면 이전과 다른 생활을 하게 되고, 그상황에서 선택에 선택을 거듭하다보면,  어느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치, 입장에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선택들로 인해 생겨난 인간관계때문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토론을 하면서 문득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책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책에 따르면 현생인류는 협력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 다정함'덕분에 진화하면서 생존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나와 다른 무리에게는 다정함을 똑같은 크기의 무자비함으로 바꿀 수 있다고도 했어요.

 

이 책의 저자는 같은 시간에서 같은 공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계급, 정치적 입장의 다름보다 더 크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다정해지지 않으면 모두가 무척 곤란해 질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아요.

 

 토론을 마무리 지을 때, 신영복 선생님이 <강의>에서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인간과 양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도 생각났어요. 급한 마음에 읽으면서 재미있다고만 느꼈는데 토론을 통해 바닥에 깔려 있는 질문들을 듣고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다음 토론할 책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고 모임 날짜는 2주후인 7월 23일입니다.
모쪼록 더위 조심하시고요,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모임에서 뵙겠습니다.~~~

  

 

 

 


인간에 대하여
 일시 : 7월 9일(토) 오전10:00 ~ 오후 1:00
 장소 : 대안연 강의실(코로나 방역상황을 참고 하여 ZOOM진행 선택)

 

 

  작품소개
악화되어가는 코로나 확산세로 인해 독일의 수도 베를린이 봉쇄되기 직전이던 2020년 3월부터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나 사적 모임 금지, 마스크 착용 의무, 재택근무 등 정부 조치에 적응해가던 6월까지 3개월간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이 소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라는 절박한 현실을 배경으로 인간 삶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낸다.

작가는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편견과 나약함, 불안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정확하게 묘파함으로써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어떤 존재이고자 욕망하는가를 그려내고 있다.

《인간에 대하여》는 독일 유력 시사주간지 〈슈피겔〉 및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49주간 머물렀으며 독일 내 누적 판매 부수 59만 부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면서 현재 전 세계 8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 중이다.

 

 

 

목차

    [1] 소감

    코로나 확산세로 인해 베를린이 봉쇄되기 직전이던 20203~6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에 대한 소감은?

    ▶앞부분이 잘 안 읽혔다. 도라의 건조한 생활을 반영했기 때문일 것 같기도 하다. 작품의 중반이후에는 관계와 연결에 대한 소망이 드러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긴 한다.

    사실 우리는 사회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살아가면서는  '독립' '분리'를 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
    - 극심한 수입격차:  고속열차를 탈 수있는 고소득계층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 700배?
    - 구동독지역과 서독지역의 경제격차문제, 통합의 문제
    '사회주의의 개념'으로 설계된 제도덕분에 일정 수준의 의/식/주, 교육 등이 가능함.
    그래서 극심한 격차가 있어도 사회가 유지되고 있 있다.

     

    ▶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
    - 과연 여자 주인공과 같은 사람이 나찌옹호자와 애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묘사가 '장황'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동독/서독 지역간의 차별을 보면서  남한 /북한의 미래의 모습인 것 같기도 했다.

     

     

    [2] 도라의  라이프스타일/시골생활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 도라는 정말로 시골로 이사 올 줄 몰랐다. 그저 이 집이 필요하다는 것만 알았다. 하나의 아이디어로, 정신적인 생존 방책으로, 자신의 삶에서 탈출할 비상구로 말이다.

    도라는 지난 몇 년 동안 사람들이 시골집을 구입한 이야기를 줄곧 들어왔다. 대부분 별장으로 사용하려고 산 집이었다. 그들은 프로젝트의 쳇바퀴에서 벗어나는 꿈을 꾸며 별장을 사들였다. 도라가 아는 사람은 누구나 그런 쳇바퀴에 익숙해져 있다. 그들은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자마자 바로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한동안 그들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기한 내에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쓴다. 그저 프로젝트가 끝나는 순간 의미있던 모든 것이 허망해지는 게 어떤 건지 느껴보기 위해서. 그와 동시에 더 중요한 다음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그러니까 그들의 일은 도착지가 없다는 의미다. 엄밀히 말하자면 발전도 없는 일이다. 모든 사람은 멈춰 있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쉼 없이 돌아가는 쳇바퀴 안에서 열심히 움직인다. 그사이 어느덧 대부분은 이 모든 게 의미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아도. [...]

    사람들은 기진맥진해진다. 바로 그때 쳇바퀴는 점점 더 빨리 돌아간다. 점점 더 빨리 달리면, 달리는 무의미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3] 도라가 남자친구 로베르트를 떠나게 된 과정에 대해  

    동시에 그녀는 자신이 가진 거부감과 반항심이 부끄러웠다. 로베르트의 주장이 정말로 옳다면, 그가 옳은지 틀린지는 문제 되지 않았다. [...]

    도라는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육식을 포기하고 유기농 식품점에서 장을 보았다. 로베르트를 위해 다니던 에이전시마저 옮겼다. [...] 그러나 로베르트 기준에서는 이 모든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아니, 한참 못 미쳤다. 마침내 도라는 그가 뭘 원하는지 알았지만, 그걸 줄 수 없었다. 그는 복종을 원했고 그녀가 가진 저항심을 제압하고 싶어 했다. 또 세계 종말에 충성을 맹세하길 원했던지라 그녀의 은밀한 반항심에, 함께 앞장서서 행진하지 못하는 무능함에 점점 더 격분했다. [...]

    로베르트를 좋아하는 마음은 남아 있었으나 그와 함께 사는 건 점점 더 힘들어졌다. 그들이 함께하 는 삶이 규정에 따른 속박으로 변해버렸다. [...]

    로베르트는 바이러스가 지구를 사회의 이동성으로부터 해방하므로 어떤 점에서 보면 축복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때 도라는 그를 떠날 거라는 걸 깨달았다. (p.86-90)

     

    [4]  톰이 나치정당인 AfD를 지지한 이유를 말하자 도라가 로베르트를 떠올린 것에 대해

    [...] “문제는 대책이 아니고”라고 톰이 이어간다. “사람들이 속았다고 느끼는 거예요.”
    “사람들이라면 당신들 말이에요?”

    “그래요. 우리 말고 누가 있겠어요?” [...] “브라켄 마을 사람들은 이웃과 함께 어울려 지내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감을 갖는 게 이제 쉽지 않아요. 당신도 거기에 익숙해져야 할 거예요.”

    도라는 재차 로베르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그녀는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감을 갖고 있으며 자기 자신을 초인간으로 여긴다고 비난한 적이 있었다. 숭고한 진리를 품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을 니체가 말한 초인간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아는 것도 능력도 허용되는 것도 더 많은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말이다. 그 말에 로베르트는 격노해서 사람들을 위해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도라가 바로 그 점을 왜 문제라고 하는지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 AfD엔 멍청이가 없어요?”

    “있죠. 근데 그들은 최소한 인정이라도 하죠.”(p.155-158)

     

    [7] 운명에 순응하고,  행복을 갈구하지 않는 도라 아버지의 삶의 태도에 대해 

     [...] 대형 사고가 일어난 상황에서 많은 양의 스시를 먹어치우는 그의 이성과 능력은 진정제와 같다. 아마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 유가족들에게도 똑같이 행동할 거다. 그들 앞에서도입에 음식물을 넣고 씹으면서 인생은 계속된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아버지는 근육을 단련하듯 이런 능력을 훈련했다. 그의 모든 제스처에는, 하물며 의도적으로 음식을 삼키는 방식에도 삶의 비밀을 깨우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것의 본질은 삶이란 비밀스러운 게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끝날 때까지 습관적으로 지속될 뿐이라는 거다. 계속된다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유일한 해법이고 엄청난 운명에 순응하는 유일한 기회인 거다.

    도라는 아버지가 행복한지 궁금하다. 짐작건대 그가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비결은 스스로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데 있는 거 같다. 행복을 갈구하지 않는 사람은 불행이란 벌은 받지 않는다. 아버지 같은 사람의 배 속에는 작은 기포가 스멀스멀 올라오지 않는다. 아버지는 스시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한다. 그는 배가 고프고,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건 그게 다다. 그는 도라 몫으로 남겨둔 스시를 절반 정도 더 먹고 나머지는 요헨에게 내준다. 이제,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건 먹을 음식이 전부인 거처럼 행세하는 존재가 둘로 늘어난 것이다. (p.482-483)

     

    [8]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과의 공존할 수 있을 거라는 도라의 깨달음에 대해

    어느 순간 도라는 그와 원래 있던 자리에 남는 게 의미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공유가 가능하다. 고테의 존재가 도라에게 전달됐고, 그는 자신의 존재를 그녀와 공유했다. 결국 두 사람은 그들 사이를 가르는 담장으로 연결되어 공존했던 거다.

     

     




    지식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품성을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단연 '양심적인 사람'입니다.

    양심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간학일 뿐 아니라 그 시대와 그 사회를 아울러 포용하는 세계관이기 때문입니다.

    - P.405 신영복 <담론>

     

    그래도 여전히 뭘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뭘 하지 말아야 할지는 알고 있다.

    어쩌면 이게 인간이 인생에서 알 수 있는 전부가 아닐까.

    P.307, 율리 체 <인간에 대하여>

     

    그들은 자신들 모두 이 지구라는 행성에 지금 여기에 함께 있다는 그 사실만을 축하하기 위해 파티를 하고 있다. 생존 공동체로서. 지구가 돌고 태양이 지고 불이 사그라드는 동안, 앉아 있든 서 있든 침묵하든 떠들어대든 술을 마시든 담배를 피우든 상관없다. 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 

    P.438 , 율리 체 <인간에 대하여>

     

     

    "저는 이것이 제 자신의 신념을 되돌리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러분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타인들과 어떻게 같이 살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네, 그들은 사물을 다른 완전히 다르게 보는 자기의 우주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함께 사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요. 이러한 경계는 부분적으로 법에 의해 보호되며, 일부는 도덕성, 품위, 미각의 불문율에도 의해 보호됩니다.그것은 어디에나 적용되고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 국경 내에서조차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발견하는 경향을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이 미쳐버린 동안 당신이 옳다는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외롭고 우리가 민주주의에서 하고 싶은 열린 대화를 방해합니다.”

     

     

     


     

     

     

    모임운영: 이승은

      
    •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 박사 (독일여성문학 전공)   
    •  (前) 서강대학교 독문과 강사.   
    •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문학 담당 교수.   
    •  (前) 김포대학교 국제교류처 한국어과정 강사.  
    •  한겨레문화센터 <Herstory: 여성문학 북클럽> 강사.   
    •  <페미니즘 함께 읽기> <Herstory 여성문학 북클럽> 모임 운영.(숭례문학당)   
    •  (前) 청소년 대상 <책을 통해 자라는 아이들> 독서토론 강사.   
    • 우장산숲속도서관 <페미니즘 함께 읽기> 강사.   
    • 우장산숲속도서관<재난과 불안의 시대, 인문학으로 치유하다> 토론 강사  
    • <여성문학 읽기> 토론 모임(현재 8기) 운영중~
    • 대안연구공동체 <함께, 고전 문학 읽기-일리아드, 오딧세이 > 진행중
      cafe.naver.com/paideia21/13323
    • 출간 작품   
      『아버지의 덫』, 『공모자들』,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등 다수의 번역서 출간.   
      『글쓰기로 나를 찾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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