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 - 서보 머그더 지음, 김보국 옮김/프시케의숲 |
에메렌츠의 세상에는 "빗자루질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대표되는 두 부류가 있고 "빗자루질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책과 언어의 세계에 자리하는 '지성인'인 ‘나’와 달리, 전쟁과 혁명 속 힘든 개인사를 거치며 노동과 실천의 가치만을 믿는 에메렌츠는 무척 대조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줄 아는 에메렌츠는 '나'에게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감응하는 과정이 소설의 한 축으로 전개되는 한편, 비밀이 많은 에메렌츠가 절대로 열지 않는 '문'에 얽힌 미스터리가 다른 한 축으로 흡인력있게 펼쳐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 자체의 역사도 독특하다. 1987년 헝가리에서 출간되며 서보 머그더를 국민 작가 반열에 올려 놓은 이 작품은 2003년 프랑스에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작가 사후인 2015년 뉴욕타임스에서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히는 등, 계속해서 그 가치를 재평가받고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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