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 - 조애나 러스 지음, 나현영 옮김/포도밭출판사 |
러스는 SF가 젠더 역할과 문화의 구속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진정한 '놀이터'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책은 억압과 굴레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여성들, 그리고 SF를 통해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모든 SF 작가와 독자 들에게 남겨진 귀중한 유산이다.
P. 20 내가 SF에 특별한 애정을 갖는 것은 SF가 현실을 바꿈으로써 현실을 분석하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리얼리즘 소설은 흔히 행동 배후에, 행동 이면에, 표면적인 행동 속에 그 의미를 전달한다. SF는 보통 문학적 은유로 쓰이는 것을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의 정체성으로 탈바꿈시켜 이 과정을 무효화한다.
P. 89 〈스타워즈〉에서 욕구는 자부심과 쾌락이다(나는 이것이야말로 ‘재미’가 상징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이것들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은 거칠게 말해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이성애 중심주의, 경쟁과 마초적 특권이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특권은 바로 〈스타워즈〉의 관객 대부분이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세계, 자신들이 욕구하는 흥분과 쾌락에 접근하지 못하는 세계를 만들고 있는 주범이다
P. 98
테크노필리아와 테크노포비아는 둘 다 가진 자의 태도다. 테크노필리아의 경우 자신이 권력을 갖고 있거나 권력자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테크노포비아의 경우 비록 권력을 잃었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어쨌든 자신에겐 권력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 스스로 무력하다고 생각하는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이들―여성, 비백인, 빈곤층―은 테크노필리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테크노포비아도 되지 않는다.
P. 154
그리고 공포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리치의 말처럼) 누군가 여기까지 와 본 적이 있으며, 넌 혼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파괴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것들, 섬뜩하고 악마적인 것들을 한사코 부정하는 문화에서 자라난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는 중요한 메시지죠.
P. 194
가부장제는 남성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상상하고 그린다. 여성의 문화가 있지만 그것은 지하에 있는 비공식적인 소수 문화로, 우리가 공식적으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 생각하는 것의 작은 구석을 차지한다. 우리 문화의 남자와 여자는 단일한 관점에서 문화를 상상한다. 바로 남성의 관점이다.
그곳이 말 그대로 사설 정신병원일 때소신병원이기 때문에) 가정입니다. 여성은 이 ‘사적 공간에서가부장제라는 가장 영향력 있는 제도에 의해 미쳐가죠. 가부장제는 사적인 척하지만 공적이며, 여성을 가정과 가족이라는 ‘개인적’ 영역에 가두고 복종을 강요하는 제도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화자가 자신의 아기가 이 누런 벽지를 바른방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장면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운 좋게 이제도에서 탈출하거나 제도를 바꾸는 일에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니까요.)
이 사회에서 여성은 늘 어쨌든 ‘틀린‘ 존재로 취급받죠. 대개의 여성은 (또는 페미니스트는)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강요된 가정의 ‘진실’과 불화하는 인식을 갖게 된 여성들은 종종 두려워해요. 자신이 미친 걸까 봐, 미쳤을지도 모를까 봐, 미쳐가는 게 틀림없을까 봐, 지금은 아니어도 곧 미쳐갈까 봐 말이죠. 1970년대의 의식 고양 집단에 자기 자신을, 또 자기의 반응과 사고를 ‘미친‘ 것으로 여기는 여자들이 가득했습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도 자기랑 똑같이 ‘미친‘ 걸 알고 대단히 안심했어요. 베티 프리던의 《여성성의 신화》는 이런 과정을 아주 잘 설명할 뿐 아니라, 이런 ‘미친‘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인정하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음을 설명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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